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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았던 하루

보리🍻 2017. 3. 20. 12:40

수면제 먹고 7시간 자고 일어났다.
가야지....하프마라톤..!!
일단 또 끓였다. 수제비


이런 반죽이 아직 남아서...


현미밥도 예약취사해놓았는데....
입이 껄끄러워 먹질못하고


주먹밥 만들어 주섬주섬 챙겨 집을나섰다.


그이는....
"11km까지는 열심히해!! 꼭 시간내 도착하고,
18km까지 뛸수 있나 없나 경험해보는거에
의미를두자!!
그리고 끝나고 우리 맥주마시자!!"
라며 날 배웅해주었다.


가슴팍에 참가번호표만 보여주면
공짜 열차표.
예~~!!
그나저나 열차안에는
전국 곳곳에서 참가하는
정말 잘뛰게 생긴 젊은이들.
연륜과 카리스마 넘치는 어르신들.
하...나만 시장에 팔려가는 소처럼...


돗떼기시장...?!
마츠리...?!

사진 찍기도 싫고...
라기보단 밧떼리 닳까봐
(런닝 앱 깔아서 그거 볼라고 스마폰 연료아낀건데
중간에 지 혼자 꺼져버림...)
웃을까..?! ㅎㅎㅎ

2시간30분제한시간라는것이
이미 엔트리했던 날 절망시켰다.
난 지구력...걸어서라도 피니쉬할 요량으로 영감한테
출전신청하라했는데...
그 세상은 그게 아니여서...
암튼.
여자사람 남자사람 나보다 어린사람
나이드신사람 다~있는데
나만큼 뚱뚱하고 못뛰게 생긴사람은 없어!
안보여...힝


출발선에서 ...

맨 마지막 2시간 넘어 들어올...
시간안 완주가 목표...
라던가 말든가 암튼 출전에 의미를 두는사람
여기붙어라~~!!


여기에 줄 서니 쫌 맘이 편해지는?!
막 주위에...
마라톤 처음이고 출전에 의미를두고 그런 티 팍팍나는,
하...호빵맨 털인형?!ぬいぐるみ뒤집어
쓰고..
정말 존경스러운 어르신들도...
(완전 멋있음..!!)

첨엔 불안한맘에 스마트하게 어플로
내 페이스찾고자 했지만
사실 그건 내몸이 제일 잘 알고 있다는걸...
난 어짜피 오버페이스가 안돼..!!
빨리 달릴수가 없어 ㅋ

달리는 내내...
그만두고 싶었다.

자꾸 내 앞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보였다.
아..나 진짜 꼴찌인가보다.
뒤를 돌아볼 자신도 없었다.
( 나중에 안 사실은 내가 뒤쳐진게 아니라...
앞에 사람들이 뒤로 빠졌던것!!
난 분명 맨 뒤에서 스타트했는데 피니쉬에선
내 뒤로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 11km즈음 그만둘까?!
근데 다들 쌩쌩해...
혼자 그만두기 넘 뻘쭘해서 또 달렸다.

자꾸 카톡이....
나중에 봤는데
11km지점에서 기다리고있다.
16km지점에서 기달리고 있다.
영감 거기서 뭐하냐?!

18km도착해서 물한잔하며 전화했다.
"나 완주 도전해볼께..!!"

내내 복잡한 순간이었다.
어짜피 두시간.
이시간만 버텨내면 난 일년을 뿌듯하게
살 수있어!!
아님 다음 마라톤까지 찌질이로 살아야해!!
저 개미때같은 사람들...
다들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고있는걸꺼야!
분명 나만큼 힘들텐데도 잘 싸워내고있잖아!?!?
난 왜 저사람들 보다 못해야되는데?!

그리고 다리가 계속 움직여지고,
숨이 쉬어졌다.
그래서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나와랏..!! 수제비 파워~~!!!!

아 진짜 레이스 내내...
구라라고 해야할지 응원이라 해야할지,
할아버지들이 '10km남았어' 하셔
한참 뛰다보면 그때야 10km팻말보이고
중간중간 계속 그러시는데....
한두번 속으니 그려려니 해야하는데
그말이 정말 믿고싶어서...속고 또 속고...!

마지막엔
"1km남았어...!!' 하시길래
나도 라스토스파토 라는 것을 해 봐야겠구나하고

미친듯이 달렸는데 그제서야 1km팻말이 보여
진짜 다리에 힘풀렸다!!
등산할때 정상찍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곧 정상이에요~!!' 하는것과는 의미가 다른게...
나의 갈곳잃은 라스토스파토..!!!
아 힘 다 빼놓고 마지막이 얼마나 짜증나던지...


내가 골인한다는 말을 들은 영감은
눈썹 휘날리게 자전거를 타고 골인지점까지 달려왔는데
정말 공중도덕 규칙엄수 일등하는 사람인데
마누라 골인하는거 보겠다고,
자전거를 잔디밭에 내팽겨쳐놓고 기다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때 발목 삐끗해서
' 아 이게 피니쉬 부상이라는거구나..!!'
하고있는데..

​정말 세상이 음소거된것처럼 조용해진 가운데
그이의 목소리만이 또렷히 들렸다
"頑張れ~~ 힘내~~"


엉..?!
어..!!


시간내 완주도 생각지못했는데...
여자 40세미만부분에서 77위라는.
나 38세인데...
이부분에서 눈물이 나고,
달려와서 나보다 기뻐해준 영감보고 눈물나고...


훈련도 제대로 안했는데...
내가 이런 영광을 누려도 되나 싶고...!!


얼굴에 달뜬거봐라...
뭐 어쩌랴..!!
자랑스러워 가슴팍에 번호판도 안떼고 좋아한다!


그이도 내 꽁무니 쫒아서
자전거로 20km정도 달린것 같단다...
둘다 살빠지면 큰일날듯 고기먹으며 나 자랑!
"내가 말이지 허벅지가 내 허벅지가 아닌데
참고 말이야....
이몸은 지금 내꺼가 아니라 버린셈치고 말이야...
눙물이 막 나는데도 참고말이야..!!"
하면서 ...


몇시간만에 지옥과 천국을 함께 맛본...
내 첫 마라톤 도전기.
누구한테 감사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그저 감사하고 행복했다.

내년엔 열심히 준비해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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